2024년 1분기 골프클럽 시장 분석

코로나19 엔데믹 후 2023년부터 골프 시장은 침체됐다. 사진_류시환
코로나19 엔데믹 후 2023년부터 골프 시장은 침체됐다. 사진_류시환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는 2022년으로 끝났다. 2023년부터 2~3년 동안 골프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 전례 없는 호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침체라고 느끼게 한다. <골프이슈>는 우리나라 주요 거점 골프숍 정보를 종합해서 최근 골프 시장의 흐름을 분석했다. 골프 시장을 읽을 수 있는 골프클럽, 골프볼 시장 분석에 이어 뒷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온오프라인 골프 유통 채널은 탄력적인 가격으로 골퍼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지만 한계가 있다. 사진_류시환
온오프라인 골프 유통 채널은 탄력적인 가격으로 골퍼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지만 한계가 있다. 사진_류시환

침체한 골프 시장

우리나라 골프 시장은 침체기로 접어든 2023년보다 2년 차인 2024년이 더 중요했다. 2023년 침체한 시장에서 비롯된 재고품 때문이다. 재고품이 어떤 변수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이것을 예상한 골프용품 회사들은 위험 요소 최소화에 집중했다.

물량을 늘리지 않은 것이 대다수 골프용품 회사의 선택이다. 위축된 시장이라도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대비책은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한 물량 조절이었다. 자국 이외 수출국 출시 계획을 접은 회사도 있다. 브리지스톤골프의 2024년 신제품 우드는 일본 외 주요 수출국인 한국에 출시하지 않았다. 대신 인기 있는 아이언(V300 9)만 출시했다. 선택과 집중이었고 자체적으로 옳았다고 평가한다.

타이틀리스트는 2022년 10월에 2023년형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렸다. 사진_타이틀리스트
타이틀리스트는 2022년 10월에 2023년형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렸다. 사진_타이틀리스트

올해를 읽을 수 있는 지난해 시장판도

올해 골프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면 지난해 시장판도를 짚을 필요가 있다.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는 때 골프용품 회사의 신제품 골프클럽 출시, 판매 추이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을 예상한 빅브랜드는 저마다 전략적인 신제품 출시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골프이슈>의 2023년 상반기 골프클럽 시장 분석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보인다. 타이틀리스트는 2년 주기로 우드를 출시한다. 예정이라면 2022년 12월에서 2023년 1월인데 2022년 10월에 신제품(TSR)을 내놨다. 1년 6개월 주기인 핑은 11월에 G430을 출시했다.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때, 신제품 출시가 맞물리는 때를 피했다. 게다가 2~3개월 앞당겨 출시해도 2023년형으로 분류되며 시장의 호응을 끌어냈다. 선점 효과가 확실했다.

360도 카본으로 이슈가 된 캘러웨이 패러다임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_캘러웨이
360도 카본으로 이슈가 된 캘러웨이 패러다임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_캘러웨이

예년과 같은 주기, 시점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브랜드가 테일러메이드(스텔스2)와 캘러웨이(패러다임)이다. 미국 빅4(타이틀리스트, 핑과 함께)로 꼽히는 두 브랜드였기에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카본’이라는 키워드는 새롭지 않았어도 이슈를 만들며 판매량을 늘렸다. 그런데 스텔스2와 달리 패러다임은 G430, TSR을 뛰어넘지 못했다.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핑은 코로나19 엔데믹 후 시장 장악이 중요한 2023년을 무난히 보냈다. 빅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양극화 상황 속 주도권을 잡은 미국 톱3 브랜드였다. 캘러웨이는 브랜드파워가 여전해도 2023년만 놓고 보면 실패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신제품이 차례대로 나왔다. 사진_테일러메이드
시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신제품이 차례대로 나왔다. 사진_테일러메이드

위기의식 속 맞은 2024년

2024년은 골프용품 회사에게 위기의식을 갖게 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강세인 일본 대표 브랜드 젝시오의 신제품이 나오는 해이다. 2년 주기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젝시오는 마니아층이 상당하고 여성 클럽 시장에서는 독점적 우위를 보인다. 1년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는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1년 6개월 주기인 핑이 상반기 격돌한다면 누구도 우세를 점치기 어려웠다. 2년 주기로 하반기에 신제품을 내놓는 타이틀리스트는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었다.

위기의식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2023년 재고품이다. 시장에 쌓인 재고품이 할인 판매된다면 가격 경쟁력에 기대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신제품 전체에 악재였는데 키를 쥔 것이 캘러웨이 패러다임이다. ‘악성 재고’로 꼽히는 패러다임이 언제 ‘땡처리’될 것인지에 골프시장의 촉각이 곤두섰다.

핑 G430 MAX 10K는 테일러메이드 Qi10과 함께 성공적인 1분기를 보냈다. 사진_핑
핑 G430 MAX 10K는 테일러메이드 Qi10과 함께 성공적인 1분기를 보냈다. 사진_핑

2024년이 시작되자 빅브랜드의 신제품이 차례대로 나왔다. 테일러메이드 Qi10, 핑 G430 MAX 10K, 젝시오 젝시오13, 캘러웨이 패러다임 Ai 스모크이다. 테일러메이드와 핑은 관용성(MOI 10K)을, 젝시오와 캘러웨이는 스피드(비거리)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서로 비슷한 개념이지만 풀어내는 방식의 차이였고, 마케팅도 다르게 진행됐다.

결과는 어떨까. 알 수 있는 첫 번째 지표는 우리나라 골프용품 유통 시장 점유율 1위인 골프존커머스의 1월 골프클럽 판매량이다. 시장 평가 척도인 드라이버 판매 부문에서 1위는 테일러메이드 Qi10(24.2%)이 차지했다. 2위 핑 G430(18.1%), 3위 캘러웨이 패러다임(12.5%), 4위 타이틀리스트 TSR(8.3%), 5위 핑 G425 MAX(5.5%)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고품을 제치고 테일러메이드가 유일하게 톱5, 그중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Qi10이 출시와 함께 폭발적으로 팔렸다는 의미이다.

2년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는 젝시오는 2024년 신제품 출시와 함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_던롭스포츠코리아
2년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는 젝시오는 2024년 신제품 출시와 함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_던롭스포츠코리아

걸림돌 없는 테일러메이드의 질주

1분기 마지막을 향하는 3월 중순, 골프클럽 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우리나라 주요 거점의 골프숍 이야기를 종합하면 테일러메이드 Qi10의 인기가 여전하다. 핑의 신제품 G430 MAX 10K의 판매량도 꾸준하다. 젝시오 신제품 젝시오13은 예상대로 여성 클럽 시장을 장악했다. 골프숍들은 젝시오13 레이디스 물량 확보를 위해 남성용 젝시오13, 젝시오 엑스를 끌어안는 분위기이다. 많은 물량은 아닌데 타이틀리스트 TSR도 여전히 인기이다.

빅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유일하게 뒤처진 게 캘러웨이이다. 패러다임 Ai 스모크는 초반 반짝하다가 이내 힘을 잃었다. 온라인에서 구형 패러다임이 팔려나가는 사이 참신함을 앞세운 신제품의 판매 동력이 사그라들었다.

캘러웨이 패러다임 재고가 상당한 가운데 신제품 패러다임 Ai 스모크의 판매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사진_캘러웨이
캘러웨이 패러다임 재고가 상당한 가운데 신제품 패러다임 Ai 스모크의 판매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사진_캘러웨이

2024년 골프클럽 시장의 흐름은 상반기 마지막이자 비수기로 접어드는 6월, 성수기로 접어드는 9~10월이 관건이다. 골프존커머스, AK골프가 소진하는 캘러웨이 재고품 외에 주요 오프라인 골프숍이 가진 재고품이 6월 전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파격적인 할인이 시장 분위기를 띄울 것인지, 재고 소진이 늦어지며 이후 출시될 신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시장이 혼란한 때 출시되는 신제품도 부담이다. 9~10월 타이틀리스트 신제품이 나온다. 패러다임 재고품의 땡처리와 맞물려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몇 달 후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의 신제품이 나온다. 수년 사이 가성비 클럽으로 호응을 얻는 스릭슨도 신제품을 내놓는다면 혼란을 가중하게 된다. 역시 키를 쥔 것은 캘러웨이의 악성 재고 ‘패러다임’이다.

류시환 기자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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