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브랜드가 체감하는 온도는 저마다 다르다. 사진_각 브랜드
시장에서 브랜드가 체감하는 온도는 저마다 다르다. 사진_각 브랜드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는 2022년으로 끝났다. 2023년부터 2~3년 동안 골프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 전례 없는 호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침체라고 느끼게 한다. <골프이슈>는 우리나라 주요 거점 골프숍 정보를 종합해서 최근 골프 시장의 흐름을 분석했다. 골프 시장을 읽을 수 있는 골프클럽, 골프볼 시장분석부터 뒷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골프 시장 불황 2년 차인 2024년 1분기. 골프 시장은 한산한 듯 활기를 띠었고, 안 팔리는 듯 팔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브랜드마다 다른 온도가 느껴졌다. 돌아온 골프시즌처럼 봄기운이 느껴지는 브랜드도, 아직 한겨울인 브랜드도 있었다. 골프숍들이 바라본 브랜드들의 오늘은 어떨까. 브랜드를 향한 골프숍의 이야기를 종합했다. 

마제스티골프는요 “어차피 사는 사람 정해져 있어요” 

양극화 시대는 빈부 격차가 커진다. 소비 심리 위축은 중산층 이하에서 두드러진다. 부유층의 소비 심리는 여전하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는 그나마 시장 상황이 낫다. 그 중심에 선 브랜드가 마제스티골프이다. 예년보다는 못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봄인 브랜드이다. 

브리지스톤골프는요 “식상해도 타이거 우즈잖아요” 

브리지스톤골프는 아이언 부문에서 강한 브랜드였다. V300 시리즈라는 확실한 흥행 카드를 가지고 있다. 올해 아홉 번째 모델을 내놓았고 서서히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브리지스톤골프가 아이언 이외 부문에서 활력을 얻은 건 타이거 우즈 덕분이다. 우즈가 골프볼을 사용하면서, 한국어로 “브리지스톤골프 좋아요”를 외친 후부터 골프볼 매출이 상승세를 탔다. 우즈의 “좋아요”가 오랜 시간 지속돼 “식상하다”면서도 “그래도 타이거 우즈는 타이거 우즈”라는 것이 골프숍의 평가이다. 최근 신제품 골프볼이 출시되며 시장에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스릭슨은요 “가성비로는 갑이죠”

스릭슨은 선수 지향 브랜드로 꼽혔다. 그런데 비슷한 이미지인 타이틀리스트와 시장 반응이 달랐다. 타이틀리스트는 선수들이 사용해서 아마추어 골퍼가 사용해보고 싶은 브랜드였다. 반면 스릭슨은 선수들이 사용해서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오랜 시간 스릭슨이 고전한 이유이다. 

스릭슨의 변화는 두 가지에서 비롯됐다. ‘쉬워졌다’라는 마케팅, ‘가성비가 좋다’는 영업 전략이다. 특히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커스텀 샤프트를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전략이 주효했다. 경쟁사의 절반 수준인 드라이버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기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야마하는요 “힘이 빠졌나 봐요”

코로나19로 골프 시장이 호황일 때 전력 질주한 브랜드가 야마하이다. 특히 여성 클럽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매출을 늘렸다. 문제는 시장을 낙관한 점, 물량을 급격히 늘린 점이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유통 전략을 세운 것은 좋다. 다만 예상과 다르게 시장이 흘러갈 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야마하를 두고 “너무 앞서나갔다”라는 골프숍 관계자가 많았다.

젝시오는요 “젝시오는 역시 젝시오”

젝시오는 2년 주기로 짝수 해 1분기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마니아층이 두텁고, 특히 여성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우위를 점한다. 골프 시장 호황 마지막 해인 2022년에 출시한 젝시오12는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골프 시장이 침체한 때에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 조정을 하는 시기라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런 젝시오도 2024년 침체한 골프 시장을 염려했다. 젝시오13 출시를 앞두고 시장과 경쟁사 신제품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과는 어떨까. “젝시오는 역시 젝시오”라는 게 골프숍의 평가이다.

코브라골프는요 “가격이 아쉽네” 

미국에서는 잘 팔리는 브랜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나라 골프 시장을 주도하는 연령대가 중장년층인 까닭이다. 젊은 감각의 코브라골프는 선호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상승세를 탄 건 가격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젊은 골프 인구가 늘어났을 때 가성비, 젊은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경쟁사와 비슷해졌다. “가성비가 약해졌어요.” 

캘러웨이골프는요 “정말 왜 그래요?” 

“캘러웨이골프 왜 그래요?” 골프숍 관계자들이 오히려 기자에게 묻는다. 침체한 시장에서 타격을 제대로 입은 브랜드로 캘러웨이골프가 꼽혔다. 이유는 하나이다. ‘무너진 가격’이다. 지난해 캘러웨이골프는 패러다임 시리즈를 출시하며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핑과 경쟁했다. 빅 브랜드의 경쟁이었고 누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어떤 브랜드의 어떤 클럽이 히트하느냐로 그해 우위를 가렸다. 2023년 캘러웨이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다. 뒤처지면서 발생한 재고 물량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2024년을 앞두고 재고품을 AK골프, 골프존 등 대형 유통사에 몰아줬다. 이때 단가를 낮췄다. 시장에 쌓인 것보다 저렴했다. 재고를 안고 있던 골프숍으로서는 팔면 손해인 상황. 재고품이 판매대가 아닌 창고로 들어갔다. 반품이 해법인 재고품은 상반기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캘러웨이골프는 왜 이런 상황을 초래했을까. 기자도 묻고 싶소.

클리브랜드골프는요 “웨지 하나로 먹고 살지요”

클리브랜드골프는 토털 골프브랜드이다. 우드부터 퍼터까지 풀 라인업을 갖췄다. 제품력도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웨지에 주력한다. 그동안 클리브랜드골프는 웨지 1등 브랜드라는 수식이 따라다녔다. 우수한 제품력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골프이슈>의 소비자 브랜드 선호도 조사와 브랜드 파워 랭킹에서 웨지 부문 1위를 달린다. 골프 시장에서도 결과가 다르지 않다. 골프숍 관계자들은 “클리브랜드골프는 웨지만 팔아도 되잖아요”라고 평가했다.

타이틀리스트는요 “말이 필요 없죠”

타이틀리스트는 “말이 필요 없는 브랜드”라고 했다.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팔린다. 골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골프볼만 팔렸다면 이제는 모든 게 잘 팔린다. 로스트볼도 타이틀리스트가 잘 팔린다면 설명이 될까.

테일러메이드는요 “기세가 대단해요”

최근 상승세를 타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테일러메이드가 첫 번째이다. 올해 Qi10 드라이버를 출시했는데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잘 팔린다. 시장 침체를 예상해서 물량 공급을 탄력적으로 하며 골프숍에 품귀 현상도 발생했다. 때맞춰 공급이 따라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클럽도 잘 팔린다.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웨지, 퍼터까지 모두 평균 이상이다. 전천후 클럽 브랜드가 됐다. 게다가 골프볼도 인기이다. 확실한 마진 챙겨주기 영업 방식이 골프숍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핑은요 “드라이버 대표 브랜드죠”

핑은 퍼터로 출발했고, 퍼터 시장을 주도했다. 토털 브랜드로 도약을 추진하며 우드, 아이언을 출시했는데 출발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도전했고 어느 순간 메이저 브랜드에 등극했다. “핑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 다음으로 잘 팔려요. 뭔가(광고, 홍보)를 특별히 많이 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좋아해요.”

혼마는요 “옛날이 그립겠죠”

혼마는 마제스티골프와 함께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던 브랜드이다. KLPGA 투어 여자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후원하며 젊은 골퍼들에게도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반짝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국내에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으며 존재감이 약해졌다. 다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PRGR은요 “아쉽네요”

PRGR(프로기아)은 꽤 팔리던 브랜드이다. 선수들이 사용하며 투어에서도 인지도가 높았다. 그런데 요즘은 시니어 브랜드가 됐다. 비거리에 집중한 마케팅이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퇴색하게 했다. “요즘 정말 안 팔리는 브랜드가 PRGR이에요.” 골프숍마다 이런 평가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PXG는요 “시들해졌어요”

등장은 신선했다.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주도하던 골프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하며 골퍼들의 시선을 끌었다. 멋진 로고에 전문 인력을 영입해서 만들어낸 클럽에 골퍼들이 매료됐다. 높은 가격대가 오히려 선호도를 높이며 선망의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골프숍에서는 “비싸기만 한 브랜드”라고 한다. “돈 많은 시니어 골퍼들이 의외로 찾는다”라는 얘기도 들린다. 시들해진 브랜드인데 반전이 있을까.

류시환 기자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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