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즌 시작돼도 골프숍은 한산 
“손님 적어도 팔릴 브랜드는 팔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후 골프숍은 한산한 가운데 인기 브랜드만 팔리는 분위기이다. 사진_류시환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후 골프숍은 한산한 가운데 인기 브랜드만 팔리는 분위기이다. 사진_류시환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는 2022년으로 끝났다. 2023년부터 2~3년 동안 골프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 전례 없는 호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침체라고 느끼게 한다. <골프이슈>는 우리나라 주요 거점 골프숍 정보를 종합해서 최근 골프 시장의 흐름을 분석했다. 골프 시장을 읽을 수 있는 골프클럽, 골프볼 시장분석부터 뒷이야기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번 주말에는 손님이 좀 오려나 

골프 시즌이 시작된 3월의 둘째 주말 수도권 어느 골프숍. 단골이 많고 매출이 상당한 지역 대표 골프숍인데 한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밀려들던 손님으로 북적이던 것과 대조됐다. 골프숍 관계자는 “주말인데 이렇게 한산해요. 다음 주말은 좀 나으려나요. 2022년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어서 못 팔아요”라고 아쉬워했다. 

골프 브랜드 선호도가 확실하고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사진_류시환
골프 브랜드 선호도가 확실하고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사진_류시환

띄엄띄엄 와서는 “이것 주세요” 

그래도 손님이 없는 건 아니다. 시즌을 맞아 클럽도 바꾸고, 골프볼도 몇 더즌씩 사간다. 그런데 브랜드가 어떻고, 신제품이 어떻고 설명할 일이 많지 않다. 무엇을 살 것인지 정한 상태로 가격만 따지는 손님이 많다. 브랜드 선호도가 확실한 때이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서 잘 팔리는 브랜드는 불경기에도 잘 팔린다. 안 팔리는 브랜드만 안 팔린다. 그런데 잘 팔리는 브랜드도 앓는 소리를 한다. 재밌다. 

그래도 골프숍이 밀면 팔린다 

브랜드 선호도가 판매로 직결된다지만 골프숍이 미는 브랜드가 힘을 얻는 건 변함없다. 골프숍 입장에서는 비슷한 브랜드 선호도, 가격이라면 마진이 많은 브랜드를 파는 게 좋다. 제품의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이는 시대가 아니다. USGA, R&A 규제 속에서 클럽과 골프볼의 성능은 비슷하고, 웬만하면 만족할 수준이다. 안 좋은 걸 추천했다고 항의받을 일이 거의 없다. 골프숍 관계자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이라도 더 남는 걸 팔아야죠”라고 말했다.

옷처럼 골프 클럽도 쳐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골프숍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된다. 사진_류시환
옷처럼 골프 클럽도 쳐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골프숍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된다. 사진_류시환

“골프숍이 온라인보다 더 싸요” 

유통 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통단계 축소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집까지 배송된다는 점이 이유이다. 그런데 골프 시장은 다르다. 온라인이 주도하더라도 여전히 오프라인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물을 보고, 시타 클럽을 쳐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골퍼들을 골프숍으로 불러들인다.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다. 온라인이 저렴하다는 인식은 골프숍에 전화 한 통으로 깨진다. 오히려 온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을 듣고 의아해한다. 유통 구조가 같아서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브랜드와 직결된다. 중간 유통 과정이 없다. 단가가 비슷하고 탄력적인 가격 정쟁을 펼치는 덕분에 체감상 골프숍이 저렴하다는 느낌이다. 골프숍 관계자는 “2010년 무렵에는 골프숍 다 망하고 온라인이 대세가 될 거라고 했죠. 그런데 골프 시장은 달라요. 옷도 입어보고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골프 클럽도 쳐봐야 한다는 사람이 많아요. 아~ 골프숍에서 쳐보고 온라인으로 사야지 했던 손님도 매장에서 사요. 왜요? 1만 원이라도 더 싸거든요.” 

골프 시즌 시작과 함께 상승세를 타는 그린피가 악재일 수 있다. 사진_류시환
골프 시즌 시작과 함께 상승세를 타는 그린피가 악재일 수 있다. 사진_류시환

“골프장 좀 말려줘요” 

골프 시장이 위축되는 데에는 골프장 그린피도 영향이 있다.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지만 수년 사이 더 심해졌다. 골프장의 그린피가 치솟았고 비용 때문에 골프를 그만둔 골퍼가 많다. 근래 골프를 시작한 MZ세대의 이탈 외에도 오랜 시간 골프를 즐긴 시니어 골퍼의 이탈도 두드러진다. 

골프숍 관계자는 “골프 시장이 살아나려면 좀 더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그런데 그린피가 너무 비싸다. 시장이 안 좋으면 비용도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시즌 시작되기 무섭게 그린피를 올린다. 정말 골프장들 너무 한다”라고 말했다. 

류시환 기자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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